| 곡천처사휘명훈묘표(谷川處士諱明勳墓表)
아버님의 휘(諱)는 명훈(明勳)이시며 다른 휘는 봉균(俸均) 자(字)는 계삼(季三) 호(號)는 곡천(谷川)이시다. 우리 옥천조씨(玉川趙氏)는 고려문하시중(高麗門下侍中) 옥천부원군(玉川府院君) 휘 원길(元吉)을 중흥조(中興祖)로 하는데 부정(副正) 휘 유(瑜), 직장(直長) 휘 온(穩) 찰방(察訪) 휘 지(智倫)이 집안을 빛낸 직계현조(顯祖)이시다. 그후 매창처사(梅窓處士) 휘 대성(大成)은 학문과 도의(道義)로 알려져 무곡사(武曲祠)와 곡수사(曲水祠)에 배향(配享)되셨으며 진사(進士) 연담처사(蓮潭處士) 휘 이(怡)는 곡성의 문조(門祖)로 학행이 뛰어나셨으며 휘 창원(昌源) 휘 형구(馨九) 휘 영인(泳仁)이 고조 증조 조이신데 이 어른들은 가문의 전통을 잘 이어받아 후손에게 전하셨다. 할아버지는 연재(淵齋) 송병선(宋秉璿) 선생과 면암(勉菴) 최익현(崔益鉉) 선생의 문하에서 수학하신 휘 동하(東夏)이신데 자(字)는 충오(忠吾), 호는 가천(可川)으로 남쪽지방의 거유(巨儒)들과 교유하신 석학(碩學)이셨으며 할머니 죽산박씨(竹山朴氏)는 충현공(忠顯公) 송암(松菴) 박문수(朴門壽)의 후손 내현(來鉉)의 따님으로 여범(女範)을 두루 갖추신 현부인(賢夫人)이셨다.
아버님은 나라가 한창 어려운 시기이던 一九一四(甲寅)年 三月二十日 남원시 수지면(手旨面) 가정(柯亭)의 가난한 학자 집안의 셋째아들로 태어나셨다. 소학교를 졸업하시고는 집안일을 돌보시느라 많은 공부를 하지 못하셨으나 천품(天禀)이 개결(介潔)하고 의(義)로운 일을 즐겨 행하시어 많은 음덕(陰德)을 베푸셨으며 평생동안 남에게 원한(怨恨)을 맺지 않으신 후덕군자(厚德君子)이셨다. 만년에는 인근의 명사 여섯분과 동경계(同庚契)를 만들어 가정마을 뒤 양대(陽臺)에다 칠성정(七星亭)을 짓고 풍류(風流)를 즐기셨는데 이 모임은 후일 풍호계(風乎契)로 발전하고 정자는 회우정(會友亭)으로 이름을 바꾸어 보존하고 있다. 을해년(一九九五) 음력 十月 二十五日 향년 八十二세로 정침(正寝)에서 돌아가셨다. 어머님 밀양박씨(密陽朴氏)는 봉래(鳳來)의 따님으로 병진년(一九一六) 十月 二十日에 출생하시어 아버님보다 三년 먼저인 임신년(一九九二) 五月 五日에 돌아가셨는데 수(壽)는 七十七세이셨다. 성품이 부지런하시고 자녀교육(子女敎育)을 엄격하게 하셨으며 어려운 이웃에게 베풀기를 좋아하셔 자손들에게 여경(餘慶)을 끼치시는 데에 마음을 쓰셨다. 아들은 불초(不肖) 수익(洙翼)과 선익(宣翼)이며 딸은 현익(玹翼) 순자(順子) 명남(明男) 명숙(明淑)인데 각각 전주(全州) 이규근(李奎根) 경주(慶州) 정만기(鄭萬琦) 죽산(竹山) 박효식(朴孝植) 고흥(高興) 유희수(柳熙秀)에게 출가하였다. 며느리는 죽산(竹山) 박승자(朴承子)와 청주(清州) 한민자(韓敏子)이며 손자 계용(啓瑢) 계명(啓明)은 큰아들 소생이요. 계일(啓壹)은 작은아들 소생이다. 나머지는 다 기록하지 못한다.
아, 아버님께서 손수 심으신 무덤가의 나무들이 벌써 한 뼘 둘레나 되게 자랐는데 인자(仁慈)하시던 두 분의 모습을 이제 어디서 다시 뵈랴. 풍수(風樹)의 탄식만 더할 뿐이다.
一九九八(戊寅)年 세수(歲首) 불초(不肖) 수익(洙翼) 삼가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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